아이를 키우다 보면 보상은 참 유익해 보인다.
“이번 시험 잘 보면 선물 사줄게.”
“숙제 다 하면 게임하게 해줄게.”
“책 10권 읽으면 장난감 사줄게.”
부모 입장에서는 당장 효과가 보인다.
아이가 움직이고, 미루던 일을 바로 하고, 신나서 표정도 달라진다.
이러니 당연히 우리는 “역시 보상이 있어야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보상은 학습과 행동을 빠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큰 보상이 학습 속도를 빠르게 하고,
도파민 신호가 더 오래 지속되는 방식과 관련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부분이 생긴다.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것과, 아이 안에서 배우고 싶어지게 하는 것은 같은 것일까?
보상은 아이를 “움직이게” 할 수 있지만,
보상이 반복되면 아이는 점점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지?”보다는
“이걸 하면 뭘 받을 수 있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건강한 동기는 자율성과 유능감, 관계성을 경험한 것에서 자라나며,
외적 보상은 내적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원래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부모가 “잘 그리면 상 줄게”라고 계속 말하면
아이는 어느 순간 그림을 즐기는 마음보다
평가와 보상에 더 신경 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상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어린아이에게 보상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
아이는 아직 먼 미래의 성취보다
눈앞의 즐거움에 더 민감하다.
그래서 적절한 보상은
“내가 해냈구나”,
“이 행동은 의미 있는 행동이구나”를 알려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보상 자체가 아니라
보상이 아이를 끌고 가는 주인이 될 때이다.
보상이 아이의 노력 뒤에 따라오는 격려라면 괜찮지만,
아이 앞에서 아이를 끌고 가는 고삐가 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100점 맞으면 닌텐도 사줄게”라는 말은
아이에게 분명 강한 자극이 된다.
하지만 아이가 배워야 할 것은
100점의 쾌감만이 아니라,
틀린 문제를 다시 보고,
어려운 문제를 버티는 힘,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이다.
학습은 점수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능력을 경험하고 조절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보상은 “결과”보다 “과정”에 따라야 한다.
“100점 맞으면 사줄게”보다
“네가 어려운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풀어보는 게 너무 대단해.”
“오늘은 어제보다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졌네.”
“틀린 문제를 다시 보는 것이 멋졌어.”
이런 말이 아이의 유능감과 자기조절감을 키운다.
부모가 정말 주고 싶은 것은 닌텐도가 아닐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은
“너는 해낼 수 있어!”라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보상만 기억한다면,
부모가 전하고 싶었던 진짜 메시지는 사라지게 된다.
아이에게 필요한 보상은 물건보다는 인정인 것이다.
“엄마가 봤어.”
“네가 애쓴 걸 알아.”
“결과보다는 네가 다시 해본 게 중요해.”
이런 말은 아이 안에 오래 남는다.
물건 보상이 필요할 때도 있다.
다만 그럴 때는 몇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첫 번째, 너무 자주 주면 안된다.
두 번째, 아이가 이미 좋아하는 활동에는 큰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세 번째, 보상을 줄 때 “원하는 선물을 받기 위해 공부했다”가 아니라
“노력한 과정을 칭찬한다”는 의미가 전달되게 해야 한다.
결국 좋은 보상은 아이를 조종하지 않는다.
좋은 보상은 아이가 자기 안의 힘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보상은 오히려 쉽다.
아이가 스스로 움직이고 싶어지게 하는 보상이 어려운 것이다.
교육은 아이가 자기 안에서 스스로
“해보고 싶다”,
“다시 해볼 수 있다”,
“나는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맛보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보상은
값비싼 선물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 과정을 정확히 바라봐주는 따뜻한 눈이다. 아이는 그 시선 안에서
다시 해볼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아이는 보상 때문에 움직이는 아이가 아니라
자기 안의 힘으로 자라는 아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