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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칼럼_ 열 한 번 째 이야기] 우리 아이가 영재라고요? 우리 아이가 영재가 아니라고요? by 부원장작성일 : 26.05.20


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만나는 질문이 있다.
“우리 아이가 영재인가요?”
또는 반대로,
“우리 아이가 영재가 아닌가요?”
두 질문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같은 마음이 들어 있다.
내 아이를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해주고 싶은 마음.
혹시 너무 늦게 알아차리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
그리고 아이가 가진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책을 빨리 읽는지, 영어 표현이 좋은지, 수학적 사고가 빠른지, 기억력이 좋은지, 말이 빠른지, 질문이 깊은지 등을 살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의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혹시 우리 아이가 영재인가?”

그러나 아이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영재냐 아니냐가 아니다. 아이의 발달은 한 줄로 줄을 세울 수가 없다.
어떤 아이는 언어가 빠르지만 몸의 균형감각이 약할 수 있고, 어떤 아이는 수리적 사고가 뛰어나지만 감정조절이 서툴 수 있다. 또 어떤 아이는 기억력과 이해력이 우수하지만, 작은 실패 앞에서 쉽게 무너질 수 있고, 어떤 아이는 조용하고 느려 보여도 관찰력, 공감능력, 창의적 상상력이 깊게 자라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를 볼 때 한 가지 질문만 해서는 안 된다.
“이 아이가 얼마나 똑똑한가?” 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이 아이는 어떤 방식으로 배우는가?”
“무엇에서 강점을 보이는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가?”
“다른 부분도 균형 있게 자라고 있는가?”


영재성은 단순히 빨리 읽고, 빨리 계산하고, 많은 것을 아는 능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아이가 가진 강점이 삶 속에서 건강하게 발휘될 수 있는가이다.
아무리 언어 이해력이 뛰어나도 자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친구 관계에서 자주 다칠 수 있다.
아무리 수학적 사고가 빨라도 몸을 움직이며 조절하는 경험이 부족하면 활동 상황에서 위축되거나 산만해질 수 있다.
아무리 아는것이  많아도 실패를 견디는 힘이 약하면 새로운 도전을 피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영재 판정’만이 아니다.

인지발달은 중요하다. 아이가 보고, 듣고, 이해하고, 기억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학습의 중요한 바탕이다. 언어이해력, 시공간 사고, 유동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와 같은 인지적 특성은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인지만으로 아이를 설명할 수는 없다. 신체발달도 중요하다. 아이는 머리로만 배우지 않는다.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움직이고, 균형을 잡고, 조절하고, 감각을 통합하며 배운다. 몸이 편안해야 마음도 안정되고, 몸을 조절할 수 있어야 교실 안에서의 집중도 좋아진다. 앉아 있기, 기다리기, 순서 지키기, 놀이에 참여하기, 친구와 함께 움직이기 모두 신체 조절과 연결된다.

정서발달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가 아무리 똑똑해도 감정을 다루는 힘이 약하면 배움이 흔들린다. 틀리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거나,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거나, 친구의 말 한마디에 크게 상처받거나, 발표 앞에서 얼어붙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어려운 문제만이 아니라, 마음을 조절하고 실패를 견디며 다시 시도하는 경험이다.

사회성 역시 중요하다. 영재성 있는 아이들 중에는 또래와 관심사가 다르거나, 자기 생각이 강하거나, 규칙을 자기 방식대로 이해하려는 아이들이 있다. 이때 어른이 “똑똑하니까 괜찮다”고만 생각하면 아이는 관계 속에서 필요한 조율 능력을 놓칠 수 있다. 반대로 “왜 이렇게 까다롭냐”고만 보면 아이의 독특한 사고와 민감성을 꺾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좋은 교육은 아이의 강점을 살리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교육이다.
언어성이 뛰어난 아이에게는 읽기와 말하기를 넘어 토론, 발표, 스토리텔링, 글쓰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단순히 영어 문장을 많이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구조화하고 표현하게 해야 한다.

시공간 사고가 좋은 아이에게는 블록, 가베, 체스, 지도 만들기, 건축 놀이, 미술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는 공간을 다루며 문제를 보고, 예측하고, 구성하는 힘을 키운다.

수리적·논리적 사고가 빠른 아이에게는 단순 연산보다 패턴 찾기, 전략 게임, 추론 문제, 코딩적 사고, 체스와 같은 활동이 잘 맞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답을 빨리 맞히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설명하는 힘이다.

작업기억이 좋은 아이는 여러 정보를 머릿속에 붙들고 생각하는 힘이 있다. 이런 아이는 복합 지시, 이야기 재구성, 문제 해결 프로젝트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작업기억이 좋다고 해서 정리정돈이나 실행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계획 세우기, 순서화하기, 마무리하기는 따로 배워야 한다.

처리속도가 느린 아이는 생각이 느린 아이가 아니다. 오히려 깊이 생각하느라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아이다. 이런 아이에게 “빨리빨리”만 요구하면 아이는 자기 사고의 장점을 잃고 불안해진다. 대신 충분한 시간, 시각적 단서, 단계적 과제를 주면 훨씬 안정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대로 처리속도가 빠른 아이는 반응이 빠르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실수가 잦거나 대충 넘기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아이에게는 속도를 줄이고 확인하는 훈련, 생각을 말로 설명하는 과정, 충동을 조절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처럼 아이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해야 한다. 강점만 밀어붙이면 아이는 불균형해질 수 있고, 약점만 바라보면 아이는 자신감을 잃는다. 아이를 제대로 키운다는 것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고, 어려운 부분은 부드럽게 채워주는 일이다.

그래서 종합심리검사나 웩슬러검사는 단순히 “우리 아이 IQ가 몇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인지 프로파일을 읽는 것이다.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이해하는지, 어떤 과제에서 힘을 얻고 어떤 상황에서 쉽게 지치는지, 어떤 교육적 접근이 맞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서“우리 아이가 영재인가요?”라는 질문보다는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인가요?”라는 질문이 좋은 질문이다.
“우리 아이가 영재가 아니라고요?”라는 실망보다는
“그렇다면 우리 아이의 강점은 어디에 있고, 무엇을 도와주면 더 자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좋은 질문이다.

영재라는 말은 때로 부모를 설레게 하고, 영재가 아니라는 말은 때로 부모를 실망시킨다. 그러나 아이의 삶은 그 한 단어로 결정되지 않는다.
영재성이 있어도 균형 있게 자라지 못하면 그 가능성은 불안으로 변할 수 있다. 반대로 영재라는 이름이 붙지 않아도 자기 강점을 발견하고 꾸준히 키운 아이는 깊고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

부모들이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빠름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 안에 오래 가는 힘이 자라고 있는가이다.
빨리 읽는 아이보다 중요한 것은 깊이 이해하는 아이이다.
문제를 빨리 푸는 아이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생각하는 아이이다.
영어 문장을 많이 말하는 아이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이다.
발표를 잘하는 아이보다 중요한 것은 틀려도 다시 말할 수 있는 아이이다.
또래보다 앞서가는 아이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속도로 단단히 자라는 아이이다.

우리 아이가 영재라고요?
그렇다면 더 조심스럽게, 더 균형 있게 키워야 한다. 아이의 높은 사고력이 정서적 안정, 신체 조절, 관계 능력과 함께 자라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 아이가 영재가 아니라고요?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이에게는 반드시 자기만의 강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강점을 발견하고, 약한 부분을 보완하며, 아이가 자기답게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아이를 남보다 앞세우는 일이 아니다.
아이 안의 가능성을 정확히 보고, 그 가능성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일이다.

좋은 교육은 아이를 한 줄로 세우지 않는다.
좋은 교육은 아이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좋은 교육은 아이의 인지, 사고, 신체, 정서를 함께 본다.
그리고
이 아이는 무엇을 잘하는가.
이 아이는 어디에서 힘들어하는가.
이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경험은 무엇인가.
이 아이가 오래도록 자기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지금 어떤 바탕을 만들어야 하는가.
를 생각한다.

부모가 들어야 할 답은 “영재입니다” 혹은 “영재가 아닙니다”가 아니라
“이 아이는 이런 방식으로 배우고, 이런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도움을 받으면 더 잘 자랄 수 있습니다.”이다.
그 답을 찾는 곳이 좋은 교육의 시작이다.

아이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며, 인지와 신체와 정서가 함께 자라도록 돕는 것.
그것이 아이를 위한 진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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